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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금지법 시행 100일 됐지만 여전히 만연한 경비원 갑질

모정서 2022-01-28 조회수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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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보기사진출처=게티이미지
25일 오후 4시 50분경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중년 부부가 아파트 건물 앞에 차를 세우자 경비원 A 씨가 걸어나왔다. A 씨는 트렁크를 연 뒤 쌀포대를 들고 아파트 동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온 경비원은 밖으로 나와 부부의 차를 직접 주차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시행된 일명 ‘경비원 갑질금지법(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28일로 시행 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직접 둘러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에선 개정안이 금지한 업무를 어쩔 수 없이 하는 경비원들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경비원 갑질금지법은 2020년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최희석 씨가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청소나 재활용 분리배출 감시 등을 제외한 △대리주차 △대형폐기물 수거 △물품 배달 등의 업무를 경비원에게 시키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입주자대표회의에 부과된다.

24일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이웃단지 거주민 B 씨가 경비원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B 씨가 술에 취해 주차장 차량들을 발로 차자 주차장을 관리 중이던 경비원 C 씨가 이를 말렸고, B 씨가 C 씨의 복부와 뒷목 등을 수차례 가격한 것.

이처럼 여전히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경비원들이 자신들의 업무 범위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 강대열 씨는 “적으면 1~2개월, 길면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경비원들이 많아 (고용에)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해고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8명 측은 “경비 노동자의 준법 근무와 노동조건 개선 요구에 해고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경비원 갑질금지법이 실효성을 가지도록 일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무법인 태원의 김남석 변호사는 “갑질과 괴롭힘 등은 모호한 영역이라 노동청과 같은 제3 기관에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안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갑질’이라는 모호한 영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