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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경비업무 용역 전환 ‘부당해고 판정’ 항소심서 뒤집혀

나강훈 2020-08-28 조회수 491

경비원 보호하려던 ‘업무 외 부당지시 금지’ 부작용 현실화되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른 경비업무 관리 운영상 어려움 등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 인정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업무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경비원을 경영상 이유로 해고한 것과 관련해 ‘부당해고’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1심 법원에서는 그대로 인정됐으나 2심에서는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서태환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입대의가 ‘부당해고로 인정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입대의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 및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관련기사 제1144호 2019년 11월 6일자 게재>
지난 2006년부터 이 아파트에서 근무해온 경비반장 B씨는 2018년 2월경 입대의로부터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통보를 받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같은 해 11월경 중노위는 ‘입대의에 근로자를 해고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해고는 부당하다’며 B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입대의 측은 ▲입대의는 영리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 달라 긴급한 경영상 필요를 판단함에 있어 재무적인 위기 상황 요건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점 ▲최저임금 인상으로 입주민의 금전적 부담이 증가했고 경비원들과 임금 지급을 둘러싼 소송 등 분쟁이 발생했으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주차대행 등의 업무를 경비원에게 하도록 할 수 있는지 불분명해지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 전문지식이 없는 입대의로서는 100명이 넘는 경비원들을 직접 고용해 자치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 등에 비춰 경비업무를 위탁관리로 변경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고에 이르렀다며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1심 법원은 입대의 측의 청구를 기각, 중노위와 판단을 같이했었다.
1심 재판부는 “입대의는 해고 당시 재무상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입대의에 최저임금 인상 등 경비원 근로자의 고용환경이나 조건의 변화로 해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긴박한 재정상의 어려움이 발생했고, 장래에도 그런 어려움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은 개연성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며, 경비업무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할 경우 재정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 자료도 없다”면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인정하기 부족해 ‘부당해고’라고 판시했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10다92148)를 참조해 “입주자들이 공동주택을 자치관리 방식으로 관리하다가 구 주택법 절차에 따라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관리하기로 해 관리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사업의 폐지라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한 관리직원의 해고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로서 정리해고”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 해고는 입대의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른 경비업무 관리 운영상 어려움, 입대의의 전문성 부족과 관리능력 결여,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 부담 증가 등 비용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경비업무 관리방식을 자치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기로 함에 따른 것으로서 객관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입대의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입대의가 경비업무의 위탁관리 용역계약 체결을 제한경쟁, 최저가낙찰 로 입찰에 부치면서 경비원 등의 연령은 70세 미만을 원칙으로 하되 현재 근무자를 고용할 때는 연령제한을 받지 않도록 했고, 기존 경비원에 대한 고용은 전원 보장돼야 한다는 점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며, 용역업체는 이 조건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입대의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잔존 직원을 위해 용역업체에 근로계약 체결 시한을 3일 뒤로 유예하도록 요청한 사정도 반영했다. 
한편 중노위 및 경비반장은 “당시 노사협의회에서 노조가 경비원 근무형태 이원화(경비원, 관리원) 방안 등에 관한 근로자들의 의견 조율 결과를 사측에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통해 경영효율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는데도 입대의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번복했으므로 노조와 성실하게 협의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리해고의 요건으로서 협의의 대상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나 해고의 기준 등이고, 관리방식 변경 여부 자체도 협의의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는 보이지 않으며, 이 사건 해고가 협의 절차에 흠이 있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로써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며 “부당해고로 판단한 재심판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입대의 측 법률대리를 맡아 승소를 이끌어 낸 법무법인 신지 최봉기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정리해고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요건 충족 여부인데,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적자 운영이나 재정상의 위기 등이 발생하기 어려운 입대의가 사용자인 경우에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재정적 위기 등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아파트 관리방식에 관한 입주민들 다수의 의사결정에 따라 관리방식을 변경하기로 하고 그에 필요한 근로자 해고를 하는 경우에는 그 정리해고는 객관적 합리성이 인정돼 적법하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