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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기전업무 외 업무 일부 수행했더라도 ‘단속적 근로자’ 유지 정당

나강훈 2020-10-20 조회수 513

<관련기사 제1184호 2020년 9월 2일자 게재>

 

1. 사건의 경위

가. 원고들은 본건 아파트 관리주체인 주택관리업자 C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본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기전반장으로 근무하던 자들이다. 이들은 C사와 근로시간은 1일 24시간 격일제로 휴무일 중 1일을 주휴일 간주하고 법정근로시간, 휴일, 휴게 등에 관한 노동 관계법의 일부 조항은 적용되지 않도록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C사는 기전직의 단속적 근로 종사자에 대해 관할 지방노동청지청장으로부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제외 승인(이하 ‘본건 적용제외 승인’이라 약칭)을 받았다.

나. 원고들은 격일제로 1일 24시간 내내 근로하면서 근로계약상 정해진 휴게시간에도 쉬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본건 적용제외 승인 역시 원고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1일 8시간 근로에 대한 기본임금,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합계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각 4,400만원 상당씩을 청구해 원고들의 청구금액 합계는 약 8,9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이 체결한 포괄임금제 방식의 근로계약은 유효하다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2. 법원의 판단 

가. 포괄임금제 방식의 유효성

원칙적으로 근로계약은 기본 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각종 수당을 가산해 합산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각종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는 방식, 기본 임금을 정하되 매월 일정액을 각종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 이른바 포괄임금제 방식의 근로계약 역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다면 유효하다.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는 근로시간, 근로 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으로 판단한다. 

나. 사안의 경우 

원고들은 24시간 격일제로 오전 9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하면서 기전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들의 근로 형태는 감시·단속적 근로로서 업무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연장·야간·휴일 근무가 당연히 예상됨에도 업무수행 및 대기시간 반복으로 인해 실제로 근무한 시간을 확정하기 쉽지 않다. 
이런 사정으로 C사도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확인하거나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사전 신청 및 승인, 사후 확인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는다. 체결된 근로계약에 따르더라도 기본급과 야간근로수당, 기타수당이 정액으로 기재돼 있고, 식대보조비 란은 공란이며 실제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월정액의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이들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휴일, 휴게 등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원고들이 기전 업무 외에 아파트 시설보수작업과 민원처리 업무 등을 수행했고 노동 강도 및 집중도가 강해 단속적 업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그 업무의 내용이 통상의 감시·단속적 근로자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이지 않고, 통상적으로 수행했다고 주장하는 세대 인터폰 등 세대 민원처리업무 역시 아파트 경비원들이 주로 수행해 왔으며 시설보수작업 역시 외부 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고들은 대기시간에 자유롭게 수면을 취하거나 쉴 수 있는 시설이 확보돼 있었고, C사가 대기시간 중 원고들에게 개별적·구체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근무상황을 감독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은 C사와 기본임금을 정하고 매월 일정액을 각종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또한 그것이 특별히 원고들에게 불리하거나 제반 사정에 비춰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들 사이의 포괄 임금 약정은 유효하다. 따라서 포괄임금으로 지급받은 월 급여에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이 모두 포함돼 있다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3. 판례평석

감시·단속적 근로자란 감시업무를 주업무로 하며 상대적으로 정신·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 또는 근로가 간헐적·단속적(斷續的)으로 이뤄져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뜻한다.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일정한 경우 적용되지 않는데, 감시·단속적 근로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들은 피로가 적은 업무거나 근로가 지속되지 않아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나 휴게, 휴일 등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사안은 원고들의 업무 형태가 단속적 근로자성을 부인할 만큼은 아니며 체결된 근로계약 역시 특별히 근로자에게 불리할 것이 없는 포괄임금제 방식인 점, 대기시간에 특별히 근무상황을 감독받거나 업무 지시를 받은 일도 없다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미지급한 급여는 없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