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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관할관청 행정지도로 차순위 업체와의 계약해지 ‘효력정지’

나강훈 2020-10-20 조회수 386

<관련기사 제1176호 2020년 7월 1일자 게재>

 

 

1. 사건의 경위

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해 입찰 절차를 진행했다(이하 ‘본건 입찰’이라 약칭). 본건 입찰에는 A사, D사를 비롯해 총 7개 업체가 참가했다. 당시 D사가 최고점을 획득했으나 입찰 제출 서류에 허위사실 등 하자가 발견됐다. 이에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찰공고 내용에 따라 D사에 무효 통보 처리했다. 이후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임시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해 본건 입찰의 차순위자인 A사를 낙찰자로 의결하고, A사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이하 ‘본건 관리계약’이라 약칭).

나. 관할 구청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하 ‘본건 선정지침’이라 약칭) 제6조, 제10조에 따라 본건 입찰은 무효이므로 새로운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실시하라는 행정지도를 했고(이하 ‘본건 행정지도’라 약칭), 과태료 부과 예정 공문을 발송했다.

다. 이에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A사에 본건 관리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지하고(이하 ‘본건 해지통지’라 약칭), 새로이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다가 오류가 있다며 입찰을 취소했다.

라. A사는 본건 입찰은 유효하므로 본건 해지통지는 효력이 없다면서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입찰절차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A사의 손을 들어줬다.

2. 법원의 판단 

가. D사에 대한 낙찰 여부-부존재
본건 선정지침 제10조에 의하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찰자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해 입찰의 유효 여부를 판단한 후 낙찰자를 선정하도록 돼 있고, 본건 입찰공고 제7조 역시 적격심사 후 낙찰자를 선정해 개별통보하도록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D사에 대한 입찰서류 무효 통보 이전에 입주자대표회의 결의도 없이 D사를 낙찰했다고 보기 어렵다. 

나. 본건 입찰의 효력-유효
공동주택관리법 제7조 제1항 제2호, 동법 시행령 제5조 제2항 제1호는 입찰의 구체적인 절차나 효력을 선정지침에 위임했고, 본건 선정지침 제6조, 제10조에 의하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의 입찰을 개별적으로 무효로 한 후 유효한 입찰자들을 대상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허위서류를 제출한 D사를 입찰에서 배제한 후 A사를 낙찰자로 선정한 것은 법령 및 입찰공고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고, D사의 입찰에 무효 사유가 있다고 해 본건 입찰 전체를 무효로 할 것은 아니다. 특히 본건 선정지침 제12조는 입찰이 성립하지 않은 경우나 낙찰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 재공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의무로 정하지 않았으며 D사를 제외하더라도 입찰자가 6개 업체에 이르러 여전히 입찰이 유효하게 성립하며 낙찰자가 계약 체결을 하지 않은 경우도 아니므로 위 규정이 적용될 사안도 아니다.

다. 관할 구청의 행정지도가 입찰이나 계약의 효력을 좌우하는지 여부-부정 

관할 구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본건 입찰이나 본건 관리계약의 효력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라. 보전의 필요성-인정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본건 관리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며 새로운 입찰절차를 진행할 의사를 표하고 있고, 새로운 업체가 선정된다면 A사는 본건 관리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함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하고, 이 같은 손해는 사후적으로 전부 전보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3. 판례평석

‘나랏일 하는 사람들인데 틀린 말 하겠어?’, ‘하라는 대로 해야지, 따르지 않았다가 무슨 일을 당하려고?’. 세상이 달라졌다지만 보통의 선량한 국민들은 나라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옳다고 믿는다. 그래서 관할 관청의 의견은 그 형식이 행정지도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상당한 사실상의 구속력을 발휘하곤 한다. 그러나 나랏일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잘못된 판단이 없지 않다. 무분별하게 관할 구청의 행정지도를 따랐다가 위 사안처럼 쓸데없는 법적 분쟁에 휩쓸릴 위험도 있다. 그러니 관할 구청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적법한 의견인지, 이를 따랐을 때 법적 분쟁이 발생할 염려는 없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입찰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일련의 과정에 관련 법령이나 선정지침의 위반이 있는지, 그 위반의 위법성이 해당 입찰이나 계약을 무효로 할 만한 것인지 여부와 같은 법률문제는 행정 전문가가 아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처리해야 할 것이다. 관할 관청이나 상위 행정청의 유권해석을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은 사법부의 냉험한 판단 아래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