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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나주를 체험하다

나강훈 2020-10-20 조회수 371
나는 번화한 서울에 살다 보니 고향에 찾아올 때는 일부러 옛 모습이 담긴 나주터미널로 도착지를 정한다.
5월 연휴를 맞아 쉬면서 어제는 나주 시내 목사골에서 점심으로 곰탕을 먹었다. 이윽고 수림이 의장대처럼 무성하고 나주시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복판에 자리한 금성산 정상 둘레길을 걷다가 별처럼 박힌 천년고찰 다보사라는 절에 올라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경내를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절은 유구하나 나주는 인구가 감소한 도시기에 오가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스님도 바쁜 날은 대웅전 문을 잠그고 외출을 다녀온다고 한다.
절 아래 한수제 저수지는 물이 맑고 푸르르며 쉴 새 없이 은물결 금물결 자아내는 풍세 일품 저수지다. 벚꽃나무 둘레길 사이사이 언덕에 산딸기꽃, 복분자꽃, 찔레꽃, 등나무꽃, 다래덩쿨, 참꽃마리를 비롯한 이름 모를 꽃들이 만발했다. 그 사이사이로 다람쥐가 달음질치며 한적한 오후를 보내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어느새 해가 뉘엿이 넘어갔다.
옛날에는 영산강을 낀 아름다운 풍광과 산세가 한양 도성과 같다고 해서 ‘소경’이라 불렀단다. 바쁜 사람들은 나주 성안을 둘러보며 ‘서울 구경 다했다’고 말했다는데 지금은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도 더 살콤하니 한양과는 다르다.
산바람 강바람이 솔솔 부는 식당에서 백반정식을 저녁으로 먹는데 친절한 젊은 부부와 어머니가 만든다는, 집밥처럼 맛있는 반찬에 감동을 받아 다음에 다시 오기로 마음을 정했다.
연휴 마지막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정엄마를 찾아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화지 연꽃 마을, 복암리 커다란 무덤 있는 곳, 용반 고인돌 무덤 있는 곳, 산림원, 도래 전통 한옥마을을 돌아보고 바다처럼 크고 넓은 나주호 드라이브까지 마치고 보니 또 하루가 쏜살같은데, 비로소 평야가 넓고 저수지도 많은 나주의 산천과 마을들의 유래를 보다 많이 알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전통과 더불어 고향을 지키며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정성스런 손때가 묻은 고택, 들판에 잘 가꾼 논과 밭, 강낭콩꽃, 무꽃, 유채꽃, 과수원 꽃밭의 정겨움이 깊었다.
친정엄마도 아름다운 5월의 나무들과 함께 지천으로 피어난 꽃들을 보고 힘이 생긴다 한다.
피로해도 걸어야 발에 힘이 생긴다며 쉬엄쉬엄 걷고 식사도 맛있게 잘한다.
친정엄마가 “너도 이왕이면 딸이 둘이면 더 좋았을 것을”이라고 하기에 “딸이 있는데요?”라고 하니 “둘이면 더 좋제”란다.
다시 헤어져야 하니 딸이 손님밖에 못 됐다는 송구스런 생각이 들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오, 5월의 산천에 저절로 자랐어도 잘 자란 자연을 벗 삼으니 마음속 길에도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고 신록이 푸르고 하늘도 파랗구나. 내 마음속도 겹겹이 열리고 열리니 마지막 한 겹 날아갈듯 싱그러운 웃음꽃은 꿀벌집 같은 풍경화가 됐다.
한때는 사는 것을 힘들게 생각해서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어렵게 살았다. 이제는 그대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진솔한 삶을 더욱 사랑한다. 연휴 동안 더욱 확실해진 5월 자연의 가르침대로 살아야겠다.